[바디프로필 일기] D-day

미루고 미루다 17일에 (1주일이나 지나서) 쓰는 디데이 일기.. (기억 흐릿함 주의..)
아침 7시 피티에 늦잠자서 늦거나 재낀적이 몇번 있는데, 결정적으로 디데이에도 늦잠을 잤다. 피티쌤이 7시 30분까지 데리러 와준다고 했는데 20분에 일어나서 사실 샤워를 포기하고 집을 나섰다. 전날 머리를 감고자서 망정이지 머리를 안감았으면 8시까지 스튜디오에 도착하는것을 보장하지 못할 것 같았던 1분 1초가 소중한 아침이였다. 메이크업 담당 실장님이 카톡으로 안내문자를 보내주실때, 머리에 에센스나 이런거 바르지 말고 바짝 말리고 와달라고 했는데, 전날 저녁에 머리가 너무 퍼슬거려서 에센스인지 영양제인지를 듬뿍 뿌리고 잤던게 살짝 미스이긴 했지만,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다행..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피티쌤이랑 같이 순서 기다리면서 포징 유튜브를 봤다. 운동을 하면서도 등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는데, 등에 힘주는 법을 잘 몰라서 그 부분을 보면서 연습하다가 메이크업 받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좀 기다리다가 스튜디오에 들어갔는데 들어가기 전에 의상 갈아입는데 의상들이 생각보다 노출이 많았다. 진짜 소중한 부위들만 살짝씩 가려주는 가리개라고.. 해도 될 것 같은 의상들이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들로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의상을 개인적으로 못챙겼더라도 입을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었다.
당시 스튜디오 상황을 잘은 모르겠는데 웨딩사진을 찍는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2층 스튜디오를 사용하셔서 나는 3층 스튜디오에 먼저 올라갔다. 침대컨셉은 계획에 없긴 했는데 갑분 침대컨셉을 찍게 되었고 내심 찍어보고 싶었던 컨셉이여서 좋았다.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하고 생각보다 내가 진지하고 섹시한 척을 하는 컨셉이랑 맞지 않아서! 지금 보면 살짝 오글거리기도 하고 숭해서 사진을 올리긴 부끄럽지만! 신기한 경험이였다. 작가님이나 피티쌤 앞에서 포징을 하는게 부끄럽고 민망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몸이 너무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다. 아 그리고 침대컨셉을 찍던 중에 미진쌤이 스튜디오에 들러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사진도 많이 남겨주셨다! 동환쌤도 304에서 아메리카노 사들고와서 목 축이라고 해주시고 초콜릿 챙겨주시고 펌핑하고.. 다들 진짜진짜 감사했다.. 메이크업 실장님이 계속 의상이나 메이크업 상태 확인해 주시고 고쳐주시고.. 포징을 따로 준비해가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포징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더 부담이 덜했고 편한 분위기에 촬영할 수 있었다.
아무튼 침대컨셉 다음으로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도넛컨셉을 찍었는데, 받은 원본들을 살펴봐도 가장 신나고 행복한 표정들이기도 하고 실제로 가장 재미있게 촬영한 컨셉이기도 했다. 다행히 그 전날 배송완료된 톰보이 튜브탑이랑 하의를 매칭해서 입고, 도넛들도 들고, 곰돌이도 끼고, 침대컨셉과 다르게 활짝활짝 마구 웃으면서 신나게 찍었다. 미진쌤이랑 메이크업 실장님이 계속 예쁘게 웃었다고 칭찬 해주셔서 기분 좋았고 도넛 먹을려고 할때마다 동환쌤이 그만 먹으라고해서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작가님도 포징 잘한다고 요구사항을 잘 알아듣는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송 때문에 애증의 의상.. 도넛컨셉을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가득 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였다.



침대컨셉, 도넛컨셉을 마저 찍고 나서 2층 스튜디오로 내려가서 마지막 컨셉을 찍었다. 원래 베이지 배경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찍다보니 의상도 검은색이고 회색 배경이 더 깔끔할 것 같아서 시안과 조금 다르지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회색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의상도 침대컨셉에서 찍었던게 검은색 언더웨어 였어서 그 디자인과 조금 다른 의상으로 챙겨주셨다. 이 컨셉을 찍을 때도 작가님이 포징을 세세하게 다 집어주시고, 손이나 시선, 그리고 턱이나 어깨 각도까지 일일이 체크해주셨다. 촬영을 하는 내내, 내가 다음에 바디프로필을 또 찍게 된다면 무조건 광주유브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프로페셔널 해 보이고 친절하고 편안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등 사진을 못찍을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상의를 벗고 등을 찍게 되었다. 엄마한테 이 사진을 보인다면 등짝을 맞고 방에 감금? 될 수도 있겠지만 꼭 남기고 싶었던 사진이여서 마지막에 말씀드려서 찍었다. 사실 동환쌤이, 등 사진 찍고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씀해주셔서 아 맞다~! 이러면서 슬쩍(?) 찍었다! 전반적으로 작가님은 내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반영해 주시고, 또 아쉬운 부분들이 남지 않도록 조언을 많이 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집에서 확인할 때는 없었던 복근이 조명을 받으니까 살짝 도드라져서 다행이다 싶었다.. 히히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될 줄 알았던 촬영은 1시 반까지 이어졌다. 등사진 찍고나서 다른 컨셉을 하나 더 찍었는데 1시가 넘어가니 지쳐서 마지막 컨셉은 느낌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ㅠ 아무튼 약간 스케출에 쫒기듯 촬영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실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양질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작가님이 시간이나 노력을 투자하는 그런 분이라고 하셨다. 아무튼 나도 대기시간이나 옷 갈아입고 펌핑하는 시간 모두를 합쳐서 촬영하는데 5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엄마랑 12시에 양림동에서 밥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많이 오버되어서 엄마가 살짝 화나했지만 아무튼 스튜디오는 완전 대만족이였다. 몸이 준비되지 않은 아쉬움 때문에 내년에라도 한번 더 찍고 싶은 마음만 몽글몽글 해진 그런 하루였다.




이날이랑 다음날 밀가루 파티를 거하게 하고 진짜많이 보대꼈다. 화장실도 못가고 소화도 안되고 배에 가스가 너무 많이 차고 배도 불룩해지고 먹은만큼 체중도 늘어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프로필을 찍고 나서 바로 아무거나 막 먹으면 안될 것 같고 식단의 불량도를 천천히 높여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간만에 속세음식을 먹으니까 사람사는 맛도 나고, 그런데 실제로 못먹으면서 뺀건 아니여서인지 먹는거에 환장하고 그런 느낌은 없었다. 다만 신기했던 건, 5개월간의 금주를 실천하고 나자 술이 별로 당기지 않아졌다는 것..? 대학교 1,2학년 때 소주든 맥주든 술이라면 환장했었는데, 저날 저녁에 할맥에 가서 맥주 200cc를 시켰는데 100cc도 못먹고 나왔다.
아무튼 저때 체중이 44.6 막 이랫는데, 지금은 47,48을 찍고 있다. 수요일에 백신 맞아서 운동 쉬다가 오늘 아침에 공복유산소 한다고 이틀만에 운동 갔는데, 그래도 아침마다 운동가는 좋은 습관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복 유산소 다녀와서 체중 쟀는데 오랫만에 46대가 나와서 기분 좋았는데 투썸에서 알고리즘 풀다가 당떨어져서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플레이팅 케잌 2접시나 먹고 집에 와서 JH가 바프찍느라 수고했다고 준 교촌치킨 허니콤보웨지감자세트에다가 야무지게 치즈볼까지 추가해서 맛있게 먹고 머스캣도 몇알 먹은지도 모르게 많이 먹었다.
확실히 다이어트의 9할을 차지하는 것은 식단, 특히 건강하고 소화잘되는 음식으로 구성된 식단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유지어터가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 강한 자제력을 요하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프 이후에 운동이든 코딩이든 뭔가 생활이 루즈해진 느낌이 있긴 한데, 백신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추석연휴 때문이기도 하고, 또 뭔가 거사를 치루고 난 뒤 허전한 느낌이기도 한 것 같아서, 이런 외부적인 상황과 상관 없이, 내일부터 조금씩 마음을 다잡아서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엄청 좋은 경험을 선사해 준 바디프로필, 광주유브이스튜디오, 원케이피트니스.. 26년동안 헬스장의 헬자도 운동의 운자도 모르고 살아온 김소은에게 5개월간 빡세게 함께 운동해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괜히 허전하고 찌뿌둥한 느낌 때문에(?) 헬스장에 가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어 준!! 미진쌤, 동환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